비슷한 시간, 비슷한 분량인데 결과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. 어떤 날은 끝나고 나서도 내용이 남아 있고, 어떤 날은 바로 사라진다.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고, 중간에 딴짓을 한 것도 아닌데 결과가 다르다.
처음에는 그냥 집중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다. 집중 안 하면 당연히 안 남는다고 생각한다. 근데 계속 보다 보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. 집중이 안 된 날이 아니라, 그냥 “흘러간 날”이 따로 있는 느낌이다.
이게 눈으로 바로 구분이 되지는 않는다. 하는 동안에는 둘 다 비슷해 보인다. 둘 다 읽고 있고, 둘 다 끝까지 가고 있다. 그래서 더 헷갈린다.
근데 끝나고 나면 차이가 난다.
- 다 끝났는데 기억나는 게 거의 없음
- 다시 물어보면 처음 보는 것처럼 반응함
- 읽은 건 맞는데 남은 게 없음
이런 날이 있다.
그날은 분명 시간도 썼고, 끝까지도 갔는데 남는 게 없다. 그래서 더 애매하다. 안 한 것도 아닌데 결과가 없는 느낌이기 때문이다.
반대로 이런 날도 있다.
- 하나라도 바로 떠오름
- 문장은 아니어도 내용이 이어짐
- 중간에 끊겼던 부분이 생각남
이 경우는 길게 말하지 않아도 느낌이 다르다. 뭔가 남아 있는 상태다.
| 상태 | 끝난 직후 반응 |
|---|---|
| 흘러간 날 | “모르겠어” |
| 남은 날 | “그거 있었는데…” |
중간을 보면 더 애매하다. 둘 다 읽고는 있다. 둘 다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기도 한다. 그래서 진행 중에는 거의 차이를 못 느낀다.
근데 한쪽은 그냥 지나가고, 한쪽은 남는다. 이 차이가 계속 반복된다.
차이는 거의 이 부분에서 갈린다.
- 중간에 멈췄는지
- 멈췄다가 다시 돌아왔는지
- 그 상태에서 이어졌는지
흘러간 날은 멈춰도 그냥 넘어간다. 멈춘 상태 그대로 다음으로 간다.
남는 날은 멈추면 다시 돌아온다. 그리고 그 구간을 다시 보고 넘어간다.
이걸 계속 보다 보면 이상한 느낌이 생긴다. 멈추는 게 나쁜 게 아닌 것처럼 보이기 시작한다.
예전에는 멈추는 순간을 안 좋게 봤다. 흐름이 끊겼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 그래서 빨리 넘어가게 만들려고 했다.
근데 계속 보다 보니까 반대 경우도 보인다.
쭉 이어서 끝까지 간 날보다, 한 번 멈췄다가 다시 본 날이 더 남는다.
시간은 더 걸렸는데 결과는 더 남는다.
그래프처럼 보면 이렇게 나뉜다.
흘러간 날: ■■■■■■■■■■
남은 날: ■■■■ → ■■■■■■■■
중간에 끊겼다가 다시 붙는 구간이 있는 쪽이 남는다.
이건 속도랑도 크게 상관이 없다.
빠르게 읽은 날이 더 남는 경우도 있고, 느리게 읽었는데 아무것도 안 남는 날도 있다.
그래서 더 헷갈린다. 시간도 아니고, 속도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.
가끔은 이런 장면이 나온다.
중간에 멈췄다가, 한 번 더 보고, 다시 읽는 날. 그때는 확실히 시간이 더 걸린다.
근데 끝나고 나면 그 부분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.
반대로 멈추지 않고 쭉 간 날은, 끝까지 갔는데도 기억이 안 남는다.
| 중간 반응 | 결과 |
|---|---|
| 멈춤 없음 | 기억 없음 |
| 멈췄다가 돌아옴 | 기억 남음 |
그래서 나중에는 보는 기준이 조금 바뀐다.
얼마나 빨리 읽었는지보다, 중간에 어떻게 지나갔는지가 더 눈에 들어온다.
그날은 그냥 넘어갔는지, 아니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붙었는지.
같은 시간인데도 결과가 다르게 느껴질 때, 대부분 차이는 중간에 있었다.